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끝내기로 합의했는데, 어째서 레바논에서는 여전히 포탄이 날아드는가

서명 이틀 만에 다시 포탄… '종이 평화'가 무너지는 72시간의 진실

합의문엔 없는 두 글자 '이스라엘'… 평화는 왜 첫 조항부터 깨졌나

밴스 vs 이스라엘, 트럼프의 인내심… 워싱턴을 가른 '레바논 균열'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미국과 이란이 14개 항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며 3개월 전쟁의 종전을 선언했으나, 정작 그 첫 조항이 명시한 레바논 전선에서는 서명 이틀 만에 다시 포탄이 떨어졌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합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 이스라엘의 남부 레바논 철수 거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가 맞물리며 종전 합의 전체가 흔들린다. 

 

레바논 남부 항구도시 티레(Tyre)의 한 무너진 건물 더미 위에, 욕실 거울 하나와 세면대 하나가 기적처럼 서 있다. 벽도 천장도 사라진 폐허 한가운데, 누군가 매일 얼굴을 비추던 그 거울만 남았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부서진 건물 잔해 속에서 거울과 세면대가 그대로 남은 이 장면은 2026년 6월 18일 자발 아멜 병원 인근에서 촬영되었다. 한 사람의 일상이 통째로 무너진 자리에서, 거울은 아직도 누군가의 얼굴을 기다리는 듯하다. 이 한 장의 사진이, 종이 위에 적힌 '평화'라는 단어가 현장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가장 정직하게 증언한다.

 

질문은 단순하다.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끝내기로 합의했는데, 어째서 레바논에서는 여전히 포탄이 날아드는가. 남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 사이의 끈질긴 교전이, 양국 전쟁을 끝내기 위해 미국과 이란이 도달한 잠정 합의 자체를 위협한다.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전선이 되살아난 이 모순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뿌리는 깊다. 2024년 11월 이스라엘은 남부 레바논에서 철수하도록 규정한 휴전안을 승인했으나, 이스라엘군은 기한을 넘겨 진지를 유지했고 헤즈볼라의 위반을 주장하며 거의 매일 공습을 이어갔다. 휴전이라는 이름 아래 전쟁이 멈추지 않은 이 구조가, 이후 모든 비극의 모태가 된다. 종이와 현장 사이의 간극은 이미 그때부터 벌어져 있었던 거다. 

 

불씨가 큰불이 된 시점은 올해 초다. 2월 말 이스라엘과 미국이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살해한 뒤 새로운 폭력의 순환이 시작되었고, 3월 초 헤즈볼라가 이란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발포하자,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진지라고 규정한 곳에 격렬한 공습을 퍼붓고 레바논 영토 깊숙이 지상군을 진입시켰다. 한 사람의 죽음이 국경 전체에 불을 댕긴 셈이다. 이후 최고지도자직은 그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에게 넘어갔다. 

 

그렇게 석 달을 끌어온 전쟁의 출구로 등장한 게 6월 중순의 14개 항의 양해각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6월 18일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했으며, 미국 측이 기자들에게 낭독한 이 14개 항의 첫 조항은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의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종료"와 레바논의 영토 보전 및 주권 보장을 명시한다. 

 

테헤란에 레바논 문제는 곁가지가 아니다. 자국의 가장 중요한 역내 동맹인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멈추게 하는 것은, 이란이 협상 내내 고수해 온 핵심 요구였다. 이란이 호르무즈와 핵 협상이라는 거대한 판을 걸면서까지 레바논의 휴전을 1순위 의제로 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합의문에는 치명적인 빈자리가 있다. 이 합의는 오로지 미국과 이란 사이의 것이며, 실제로 싸우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서명 당사자가 아니다. 합의문은 레바논의 영토 보전을 약속하면서도 이스라엘을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는다. 종이 위에서 평화를 약속한 두 나라가, 정작 전선에서 방아쇠를 당기는 두 세력을 통제할 장치를 갖지 못한 것이다. 이스라엘 국방장관 이스라엘 카츠는 군이 레바논 안보 지대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이며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행동할 자유가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철수를 요구하고, 이스라엘은 거부한다. 합의의 첫 조항이 곧 합의의 첫 균열이 된 셈이다. 

 

균열은 워싱턴 내부로도 번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은 이달 들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과 이란 양해각서에 대한 적대감에 점점 인내심을 잃는 모습을 보였다. 밴스 부통령은 "내가 이스라엘 정부 각료라면, 세상에 남은 유일하게 강력한 동맹을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퀸시연구소의 트리타 파르시는 밴스가 미국 내 이스라엘 논의의 주제를 바꾸는 정도가 아니라 패러다임 전체를 바꾸고 있다고 평했다. 동시에 테헤란은 가장 위협적인 지렛대를 꺼냈다. 이란 군 당국은 레바논 문제를 들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선언했고, 미군은 이란이 그 해협을 통제한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세계 원유의 길목을 인질로 삼아, 레바논의 총성을 멈추라 압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외교의 셈법 아래, 숫자로 환원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스라엘은 3월 초부터 레바논을 거의 매일 공습해 최소 3,000명을 죽이고 100만 명 이상을 집에서 내몰았다. 금요일 하루에만 레바논 보건부 집계로 최소 47명이 숨져, 3월 교전 격화 이후 두 번째로 치명적인 날이 되었다. 부서진 집의 잔해를 헤집으며 건질 만한 물건을 찾는 한 아이의 손, 불에 그을린 자기 집을 망연히 바라보는 한 주민의 눈. 합의문 14개 조항 어디에도 이 손과 이 눈은 적혀 있지 않다.

작성 2026.06.22 01:16 수정 2026.06.22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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