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인공지능의 공급망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대학은 AI 부품 공장이 아니다" — 졸업식 야유가 던진 시대의 질문

1,700만 달러의 베팅… 예산 깎으며 AI 끌어안은 대학의 속사정

AI 채점의 함정 — 케임브리지대 실험이 드러낸 불편한 진실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재정난에 몰린 대학들이 'AI 중심 대학'으로의 전환을 권유받고 있으나, 그 권유의 가장 큰 수혜자는 AI를 파는 기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프리토리아대 소므딥 센 교수는 알자지라 기고에서, 대학이 'AI 인력 공급망'으로 전락할 위험을 경고했다. 캘리포니아주립대(CSU)의 1,700만 달러 오픈AI 계약, 졸업식 야유, 케임브리지대의 AI 채점 결함 연구 등이 그 근거로 제시됐다.

 

졸업식장에서 터져 나온 야유가 한 시대의 질문을 압축한다. 2026년 졸업 시즌, 미국 대학의 축사 단상에는 "AI가 모든 답"이라는 메시지가 넘쳤고, 학생들은 박수 대신 야유로 응답했다. 일자리의 미래가 불안한 청년들에게, 대학마저 AI 기업의 논리를 받아 안는 모습은 낯설고 서늘했다. 대학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논쟁의 뿌리에는 대학의 깊은 재정난이 있다. 

 

예산 압박과 행정 부담, 고용 시장의 요구에 시달리는 대학들에 'AI를 핵심에 두라'는 권유가 쏟아진다. 문제는 그 권유의 발신자가 대개 AI를 판매하는 쪽이라는 점이다. 미국 통신·기술 기업 시스코가 후원한 한 보고서는 "앞서가는 대학은 AI를 자원 제약의 해법으로 본다"며, 대학이 'AI 관련 기술의 공급망' 역할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을 'AI 역량을 갖춰야 할 미래 노동자'로, 교직원을 '효율화 대상'으로, 대학을 '더 자동화된 기관'으로 재정의하는 시선이다. 프리토리아대 소므딥 센 교수는 이 지점에 진짜 위험이 도사린다고 본다. 재정이 쪼들리는 시기에 기술을 무 비판적으로 끌어안을 때, 대학이 자기 존재 이유를 잃는다는 것이다.

 

이미 적지 않은 대학이 이 논리를 받아들였다. 미네소타대, 다트머스대, 시러큐스대가 AI 기업과 계약을 맺었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캘리포니아주립대(CSU)다. CSU는 2025년 오픈AI와 약 1,7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고, 47만여 명의 학생과 6만 3천여 명의 교직원에게 교육용 챗봇 '챗GPT 에듀'를 제공했다. 미국 최대 공립대 체계를 확보한 오픈AI에는 'AI가 고등교육에 대규모로 스며들 수 있다'는 증거였고, CSU에는 세계 어느 대학도 이루지 못한 규모의 '브랜드 기회'였다. 그러나 재정 논리는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약 1억 4,400만 달러의 예산 삭감에 직면한 CSU가 지난달 이 계약을 연 1,300만 달러씩 3년, 총 3,900만 달러에 갱신했기 때문이다. 다른 곳의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AI에 대한 베팅은 오히려 키운 셈이다. 9만 4천여 명이 참여한 자체 설문에서 학생 65%, 교직원 59%가 AI가 교육을 개선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답했음에도 그러했다.

 

자동화의 빈틈은 작지만, 선명한 장면으로 드러났다.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커뮤니티칼리지(GCC) 졸업식에서, 학교는 졸업생 이름을 AI 시스템에 맡겨 호명하게 했다. 그러나 시스템은 단상을 지나는 학생과 이름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고, 대형 화면에는 엉뚱한 이름이 떴다. 상황을 설명하던 티퍼니 에르난데스 총장은 학생과 가족의 야유를 받았다. 

 

한 졸업생은 "이름 몇 개를 읽는 단순한 일조차 AI에 떠넘긴 것 같다. 사과조차 진심으로 들리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교육과 평가의 영역으로 들어서면 문제는 더 무거워진다.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이 세 종류의 최신 AI를 시험한 결과, AI는 사람이 최고점을 준 글을 낮게 보고, 낮은 평가를 받은 글을 높이 매기는 경향을 보였다. 글의 길이·어휘·문장 복잡성 같은 표면적 요소에 지나치게 민감했던 거다. 연구를 이끈 데버라 탈미는 "평가는 점수 분배 장치가 아니라, 학생이 존중받고 신뢰가 유지되는 교육적 의미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며 그 가치가 흔들릴 위험을 짚었다.

 

대학의 존재 이유를 향한 질문

 

대학은 효율을 위해 세워진 기관이 아니다. 노동 시장에 맞춤 부품을 대는 공장은 더더욱 아니다. 그곳은 세상을 더 낫게 만들려는 비판적 시민을 길러내는 배움의 터전으로 출발했다. AI 거품을 우려하는 이들은, 그 수익성이 'AI가 모든 곳에 빠짐없이 스며들어야 한다'는 전제에 기대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학은 그 거대한 기획에 정당성과 규모, 미래 노동자라는 자원을 한꺼번에 제공하는 더없이 매력적인 통로다. 그러나 학생은 졸업장과 학점만을 위해 캠퍼스에 들어서지 않는다. 

 

자신이 누구이며 세상 속 어디에 설 것인지를 함께 더듬어 가는 시선을, 그들은 갈망한다. 그 시선마저 기계에 넘길 때,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가. 졸업생들의 야유는 완성된 비판이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그 안에는 '나를 처리될 데이터가 아니라 교육받을 한 사람으로 봐 달라'는 절박한 외침이 담겨 있다. 그래서 끝내 묻게 된다. 대학이 사람을 길러 내기를 멈추는 순간, 그 자리에 남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작성 2026.06.19 13:15 수정 2026.06.1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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