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조각 거장 심성규 작가가 화폭에 펼친 치유의 서사 “예술은 형상이 아니라 삶 속에 실재하는 것”

-‘MAM 2026 양평문화예술제’ 특별전에서 만난 석조(石彫)의 거장 심성규 작가

-단 5시간 만에 완성된 500호 대작, ‘욕망의 배설과 채움’으로 시대를 치유하다

나비의 꿈 500호

◇양평군립미술관을 뒤흔든 '존재의 울림'

거대한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정신적 분열과 탐욕이라는 시대적 진통을 겪고 있는 오늘날, 과연 예술은 우리에게 어떤 해답을 줄 수 있는가.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9일까지 양평군립미술관에서 열린 ‘2026 제2회 양평문화예술제(MAM 2026: Modern Art festa in art Museum)’는 이러한 시대적 질문에 대한 미술계의 거대한 응답이다. 특히 이번 예술제는 중앙문화재단, 대한민국현대미술협회 이사장, 대한민국 석조각의 거장이자 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심성규 작가가 직접 주관·주최를 맡아 축제 전반의 기획과 운영을 총괄하며 문화예술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함께하는 사람들 - ART Space’라는 슬로건 아래 펼쳐진 이번 예술제에서 심성규 작가의 특별전은 행사 전체의 핵심 축을 담당했다. 축제의 총괄 주최자로서 심 작가는 “예술은 삶 속에 실재해야 한다”는 자신의 공익적 신념을 행사에 전면 배치하는 한편, 특별전 공간을 통해서는 인간의 절망과 회복을 다룬 회화 작품들을 선보였다. 시대적 아픔을 관통하는 그의 작품 세계는 축제의 기획 의도와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미술관 전체에 깊은 울림을 전했다.


전시장 초입을 장식한 심 작가의 500호 대작 '사유의 침묵'과 '나비의 꿈'은 거대한 스케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수개월이 소요되는 대작을 각각 3일과 5시간 만에 완성해 낸 이 이례적인 기록은 물리적 성과를 넘어선다. 심 작가는 이를 통해 소유의 붕괴를 경험한 현대인들에게 통렬한 위로를 건네며, 예술이 가진 치유의 힘을 화폭 위에서 실천해 보이고 있다.


사유의 침묵 500호

◇조각가의 그라인더 속도감이 회화의 ‘일필휘지’로

일반적인 평면 회화 작가들은 감히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이 초고속 대작 작업의 비밀은 역설적이게도 그가 평생을 바쳐온 ‘석조각’의 신체적 수행에 기반한다. 수십 톤의 단단한 돌을 파내고 고속 그라인더를 쥔 채 마찰하며 육체적 한계를 깨부수던 조각가 특유의 거대한 공간 지배력과 에너지가 캔버스라는 평면 위로 그대로 전이된 것이다. 이를 미술학적으로는 '조각적 직관의 평면화'라고 부른다. 심 작가에게 캔버스는 단순히 물감을 바르는 천이 아니라, 온몸의 근육과 정신을 쏟아부어 정복해야 할 또 하나의 거대한 바위와 같다.


“정신과 화면이 물아일체가 된 상태에서 붓을 잡아야 한다. 조각가가 회화를 할 때 뿜어져 나오는 힘은 일반적인 붓질과는 시작부터 다르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단번에 공간을 분할하고 색을 칠해나가는 일필(一筆)의 개념이다. 오차가 생기는 순간 시간은 길어지고 인위적으로 변한다” 


특히 마르는 속도가 제각각이라 다루기 까다로운 유채 물감을 사용하면서도, 물감의 번짐과 혼합 효과를 머릿속으로 완벽하게 계산해 내는 판단력은 감탄을 자아낸다. 색을 섞는 과정과 질감의 변화까지 이미 완벽한 인지적 계산을 끝내고 캔버스에 들어서기 때문에, 붓이 한 번 지나간 자리는 탁해지지 않고 살아 숨 쉬는 생명력을 얻는다.


마치 노련한 외과의사가 단 한 번의 망설임 없이 수술도를 움직이듯, 심 작가는 완벽한 호흡으로 500호 화면을 지배했다. 그의 작품을 분석한 AI마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기록물’이라며 기네스북 등재 신청을 제안했을 정도다. 이 일필휘지의 기법은 단순한 손재주가 아니라, 작가의 내면에 축적된 수십 년간의 붓질과 조각적 선들이 찰나의 순간에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온 '영적 수행'의 결과물이다.


◇타버린 화실, 재 속에서 길어 올린 생명의 불꽃

심성규 작가의 이번 초극(超克)적 작업은 동료 예술가의 비극을 목격한 ‘치유의 마음’에서 촉발되었다. 지난 겨울, 용인에 위치한 70대 중반 여성 화가의 화실이 전기 누전으로 전소되어 평생의 역작들이 한순간에 재로 변해버린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다. 현장을 직접 목격한 심 작가는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꼈다. 예술가에게 평생의 작품이 사라진다는 것은 삶의 소유와 존재 자체가 통째로 붕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잃고 망연자실한 동료의 눈물은 심 작가의 마음속에 거대한 불꽃을 지폈다.


이 절망의 문턱에서 심 작가는 결심했다. 화재로 사라진 예술가의 창작 욕망과 흔적을 자신의 캔버스 위에 다시 피워내야 한다는 사명감이 그의 심장을 다시 뛰게 했다. 작가 본인이 젊은 시절 겪었던 시련과 동료의 아픔이 중첩되면서, 블랙홀 같은 어둠 속에서 빛을 향해 빨려 들어가듯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강렬한 에너지가 탄생했다. 완성된 작품을 마주한 당사자는 눈물을 흘리며 영혼의 위로를 받았고, 이는 예술이 인간을 어떻게 구원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드라마가 되었다.


이 장엄한 서사 속에는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법고창신’의 미학이 도도하게 흐른다. 심 작가는 한국 고유의 정서적 화면을 담아내기 위해 백의민족을 상징하는 ‘순백의 사슴’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작품 속 사슴은 작가 본인이자, 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우리 인간의 초상이다. 그는 전통 오방색에 춘하추동 사계절의 뚜렷한 자연의 색감을 조화롭게 녹여내어, 가장 향토적이면서도 세계무대에 견줄 만한 독창적인 한국 현대미술의 미학을 완성했다.


◇거대 스케일의 거장, 역사와 철학을 조각하다

심성규 작가는 본래 미술계에서 ‘거대 스케일’로 독보적인 발자취를 남긴 작가다. 그의 청년 시절은 도전과 혁신의 연속이었다. 20대 초반에 이미 미국 자유의 여신상 도면을 철저히 연구해 미술관이 포함된 거대 타워를 홀로 설계하는 천재성을 발휘했고, 30대에는 서울 서초동과 금호동에 공공 조형물을 세우며 화려하게 부각 되었다. 특히 공군 작전사령부와 명성교회 등에 설치된 50톤이 넘는 거대 석조각(높이 7m 규모)을 단 한 달 만에, 하루 3시간씩만 자며 완공해 낸 일화는 지금까지도 미술계에서 전설처럼 회자된다.


그의 조각은 단순히 돌을 깎는 행위를 넘어 역사와 삶을 새기는 작업이었다. 로댕의 ‘칼레의 시민’이 인간의 고뇌와 삶을 집약적으로 표현했듯, 심 작가의 석조각 역시 인간 삶의 고난과 흔적들을 묵직하게 담아왔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그라인더의 속도와 작가의 손길이 완벽하게 일치해야만 나오는 독창적인 타격 질감은, 오랜 세월 돌과 사투를 벌여온 장인만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다. 이러한 조각가로서의 단단한 물질적 기반이 있었기에, 역설적으로 물질의 한계를 뛰어넘는 과감한 회화적 실험과 대작을 향한 도전이 가능했던 것이다.


◇욕망을 내려놓고 치유를 채우다

양평문화예술제에서 심성규 작가가 대중에게 던진 핵심 철학은 ‘욕망을 내려놓음으로써 채워지는 역설’과 ‘예술의 진화론’이다. 그는 현대인들이 겪는 불안과 고통의 원인을 과도한 탐욕과 집착에서 찾고, 이를 예술적 배설을 통해 정화하고자 한다.


“예술은 언어다. 화가는 화폭에, 조각가는 조각에 그 언어를 담아낸다. 요즘 사회적 갈등이 심하고 미래가 불확실해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술가는 단순히 자기 이야기만 독백하는 존재가 아니라,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찬란했던 과거의 정점을 되새기게 하고 미래의 희망을 심어주는 '생명의 치유자'가 되어야 한다”


그가 추구하는 예술의 궁극적 지향점은 전시장을 단순한 감상의 공간을 넘어, 관객이 작품과 교감하며 자기 자신과의 깊은 대화를 나누는 ‘사유의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5시간 만에 경이롭게 피어난 단원(벚꽃이 만개한 숲)과 그 위를 나는 나비의 형상은 관객 스스로가 자유로운 존재임을 깨닫게 하는 ‘자유의 메커니즘’이다. 관객들이 그림을 보며 절망 속에서도 ‘다시 뛰는 심장’을 느끼고 일어설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때 예술은 비로소 실재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심 작가는 이러한 철학을 미술관 문턱 너머에서 몸소 실천하고 있다. 이번 예술제 기간 중 진행된 ‘아트페인팅 체험 및 재난·화재예방 안전교육’ 프로그램은 예술이 박제된 형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존중하는 ‘공익적 신념’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그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장애인을 위한 미술 활동 지원 등 소외계층을 위한 공익적 역할을 자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미술 전문지에 지속적으로 평론을 기고하고 문화 예술인 대상을 기획하는 등, 선후배 작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행동하는 지성’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 현대미술사의 새로운 지평을 향해

심성규 작가는 이번에 발표한 대작들을 발판 삼아, 존재와 비존재의 관계를 다룬 ‘형상예술의 진화론적 사유’를 학문적으로 집대성하고 있다. 단지 감각에만 의존하는 예술가가 아닌, 이론적 깊이를 바탕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뼈대를 세우겠다는 일념이다. 조만간 이를 바탕으로 학술 논문을 구체화하여 한국 현대미술계에 독창적인 이론적 방향성을 제시할 예정이다.


그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500호라는 거대 스케일을 정복한 것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적인 대가들이 남긴 루브르 박물관의 명작들처럼 천 호, 이천 호에 달하는 ‘단일 화폭의 초대형 대작’에 도전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히고 있다. 장엄한 서사와 역사적 가치를 담은 단 하나의 대작을 통해 전 세계인에게 우리 미술의 독창적 조형 언어(K-Art)가 가진 위대한 힘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조각과 회화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시대를 치유하는 심성규 작가. “예술은 형상이 아니라 삶 속에서 실재해야 한다”라는 그의 숭고한 신념은, 차가운 기술 만능 시대에 예술이 왜 여전히 인간에게 필요한지를 가장 따뜻하고 웅장한 목소리로 증명해내고 있다. 그의 위대한 여정은 이제 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향해 새로운 돛을 올렸다. 심성규 작가의 거친 붓질이 만들어낼 다음 역사에 벌써부터 세계 미술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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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6.17 12:09 수정 2026.06.17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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