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의 배, 그 끝나지 않는 질문 ― '두루프나르'가 다시 입을 열다

300규빗의 비밀 ― 성경의 노아 방주와 똑같은 길이의 배가 거기 있다

우리가 진짜 찾는 건 배가 아니다 ― 산속의 방주가 던지는 질문

아라랏은 산이 아니라 지역이었다 ― 성경이 말한 진짜 자리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1948년, 튀르키예 동부의 한 산등성이에서 큰비와 지진이 땅을 흔들었다. 흙이 쓸려 내려간 자리에, 마을 사람들은 낯선 무언가를 보았다. 거대한 배의 윤곽이었다. 뱃머리처럼 뾰족한 한쪽 끝과 둥근 고물, 양옆으로 솟은 뱃전. 위젠길리(Üzengili) 마을 위쪽 능선에 놓인, 끝에서 끝까지 약 164미터에 이르는 배 모양의 둔덕이었다. 그로부터 수십 년, 이 형상은 누군가에게는 신앙의 증거였고 누군가에게는 자연의 장난이었다. 그리고 2026년, 한 줌의 흙이 다시 그 오래된 논쟁에 불을 지폈다.

 

한 줌의 흙이 들려준 이야기

 

논쟁을 되살린 것은 거창한 발굴이 아니라 토양 분석이다. 노아의 방주 스캔(Noah's Ark Scans)의 연구자 앤드루 존스는 폭스뉴스에 출연해, 튀르키예 동부 두루프나르(Durupınar) 유적의 흙에서 인공 구조물의 흔적으로 볼만한 화학적 차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배 모양 안쪽의 유기물이 바로 바깥쪽 흙보다 세 배 많았고, 칼륨은 38% 더 높았으며, 산성도(pH)는 여덟 배나 차이가 났다. 존스는 이를 나무나 수지, 동물성 물질 같은 탄소 기반 유기물이 대량으로 부패하며 미네랄을 토양에 스며들게 한 '닫힌 계(系)'의 흔적으로 해석했다. 무작위로 흘러내린 산비탈 흙이라면 안과 밖의 성분이 같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흙만이 아니다. 2019년, 3차원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는 지하의 구조적 이상을 포착했고, 배 형상의 중심선과 선체 안쪽 가장자리를 따라 깊이 약 4미터, 높이 약 2미터의 통로 같은 공간이 이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존스는 이제 질문이 '배처럼 보이는가?'에서 '왜 산비탈 한복판에 직각의 3층 구조와 탄소가 풍부한 배 형상이, 그것도 성경이 말한 방주의 길이와 똑같이 묻혀 있는가?'로 옮겨 갔다고 말한다.
 

바로잡아야 할 오해 ― 정상도 아니고, 단일한 산도 아니다

 

여기서 널리 퍼진 오해부터 분명히 짚어야 한다. 흔히들 방주가 튀르키예 최고봉 아라라트산 꼭대기에서 발견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두루프나르 형상은 아라라트산(터키어 Ağrı Dağı)의 정상에 있지 않다. 아니, 아라라트산 자체에 있지도 않다. 

이 형상은 아라라트산에서 남쪽으로 약 29킬로미터 떨어진 곳, 곧 별개의 화산인 텐뒤레크(Tendürek) 산의 기슭에 자리한다. 해발 약 5,137미터에 이르는 아라라트 정상과는 거리가 먼, 해발 1,900미터 안팎의 산 중턱이다. 성경 본문 역시 노아의 방주가 내린 곳을 산의 '정상'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창세기 8장 4절의 히브리어 원문은 단수 봉우리가 아니라 '아라랏의 산들(하레이 아라라트)', 곧 복수형 산지(山地)다. 
 

더구나 여기서 '아라랏'은 어느 산의 고유명사가 아니라, 고대 우라르투(Urartu) 왕국이 자리했던 지역의 이름이다. 그러나, 같은 단어가 성경의 다른 곳에서는 '아라랏 땅'(열왕기하 19:37)으로도, 한 '왕국'(예레미야 51:27)으로도 쓰인다. 그러니 성경은 어느 산 어느 꼭대기라고 못 박은 적이 없고, "아라랏이라 불린 지역의 산지 어딘가"라고 말할 뿐이다. '아라라트 정상의 발견'이라는 통념은, 그 일대에서 가장 우뚝한 봉우리의 이름을 후대에 끌어다 붙인 인상일 따름이다.

 

양립과 증명은 다르다

 

이 지점에서 한 가지를 더 분별해야 한다. 성경이 '아라랏 지역의 산지'를 넓게 가리키므로, 두루프나르가 자리한 텐뒤레크 기슭도 같은 동(東) 아나톨리아고원의 화산 지대로서 그 권역에 든다고 넓게 볼 수 있다. 다만 정확히 하자면, 아라라트산과 텐뒤레크는 하나로 이어진 단일 '산맥'의 두 봉우리가 아니라 각각 독립된 화산이며, 둘 다 더 큰 화산 지대 안에 각각 위치한다. 그러므로 "둘 다 아라랏 산맥의 부분"이라기보다 "둘 다 성경이 말한 아라랏 지역(산지) 권역에 든다"라고 표현하는 편이, 지질학으로도 성경 본문으로도 더 정확하다.

 

여기서 결정적인 분별이 따라온다. 위치가 성경 권역에 든다는 것과, 그러므로 발견된 유적 잔재가 노아의 방주라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위치의 부합은 기껏해야 '성경과 모순되지 않는다'라는 소극적 양립을 뜻할 뿐, '성경을 정확하게 입증한다'라는 적극적 증명이 되지는 못한다. 동 아나톨리아 산지 어느 지점이든 '아라랏 권역'에 들 수 있으니, 위치만으로는 후보지가 수없이 늘어날 뿐이다. 양립 가능성과 증명을 혼동하는 순간, 논리는 조용히 비약한다.

 

한 장의 항공사진에서 시작된 집념

 

이 배의 이야기는 70년 가까운 세월을 거슬러 오른다. 두루프나르 유적은 1959년, 튀르키예 지도 제작 장교 ‘일한 두루핀아르’ 대위가 항공 정찰 사진 속에서 배를 닮은 형상을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유적의 이름은 그의 성(姓)에서 왔다. 

 

이 유적을 세계적 화제로 끌어올린 인물은 따로 있다. 1977년부터 아마추어 고고학자이자 탐험가였던 ‘론 와이엇’이 관심을 쏟으면서, 두루프나르는 방주를 찾는 이들의 성지가 됐다. 마취 간호사 출신으로 공식 고고학 훈련을 받지 않은 그는, 성경이 곧 세계의 참된 역사라는 믿음 하나로 평생을 이 산비탈에 바쳤다.

 

300규빗의 수수께끼, 그리고 두 개의 산

 

이 형상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결정적 이유는 그 치수에 있다. 창세기 6장 15절은 방주의 길이를 300규빗, 너비를 50규빗, 높이를 30규빗으로 적는다. 고대 이집트의 왕실 규빗(약 20.6인치)으로 환산하면 300규빗은 약 157미터에 해당하는데, 이는 두루프나르 형상의 길이와 놀랍도록 맞아떨어진다. 신앙인들이 이를 '신의 서명'처럼 여기는 까닭이다.

 

산을 두고도 각 경전들의 기록이 갈린다. 성경은 '아라랏 산지'를 말하지만, 이슬람의 꾸란(11:44)은 노아의 방주가 '주디 산(알 주디, 터키어 Cudi Dağı)'에 내렸다고 전한다. 주디 산은 튀르키예 동남부 시으르나크(Şırnak) 지역의 또 다른 산이다. 같은 홍수, 같은 구원의 이야기를 품고도, 기독교와 유대교는 아라랏 산지를, 무슬림은 주디 산을 바라본다. 한 척의 배가 중동에서 탄생한 각 종교의 기억 속에서 각기 다른 산을 향해 닻을 내린 셈이다.

 

그러나, 과학은 고개를 젓는다

 

현재 주류 지질학계는 오래도록 이 형상을 자연의 산물로 보아 왔다. 1960년 오하이오 주립대의 아서 브란덴베르거 교수는 이 유적을 조사한 뒤, 점토가 용암 지대를 뚫고 솟아오르며 만들어진 기이한 지질 형성물이라 결론지었고, 어떤 인공 유물이나 화석화된 목재도 발견하지 못했다. 

 

1996년 동료심사 학술지 '지구과학교육 저널'에 실린 논문에서, 로렌스 콜린스와 데이비드 파솔드는 그간의 방주 주장을 '근거 없는 것'으로 규정하며 이곳을 자연 암석 구조라 못 박았다. 방주의 '닻돌'로 알려진 인근의 구멍 뚫린 돌들조차, 주류 고고학은 기원전 860~585년경 이 지역을 지배한 우라르투 문명의 선돌로 본다. 흙의 화학적 차이라는 새 자료마저, 아직은 동료심사를 거친 발굴로 확증된 것이 아니라 '더 조사해 보자'는 제안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우리가 진짜 찾고 있는 것

 

두루프나르의 능선을 멀리서 보면 분명한 배인데, 가까이 다가설수록 그 윤곽이 돌과 굳은 진흙으로 흩어지는 그 신비한 언덕을. 어쩌면 이 형상은 우리 믿음의 자화상인지도 모른다. 멀리서 바라볼 때 가장 또렷하고, 손으로 만지려 다가설수록 자꾸 멀어지는 것. 그러나 나는 믿음이 한 줌의 흙이나 한 장의 레이더 영상, 혹은 어느 산 어느 높이에 매달려야만 서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천 년 전, 한 가족이 모든 것을 잃을 위기 앞에서 배를 지었다. 그 이야기의 핵심은 그 배가 정상에 놓였는지 중턱에 놓였는지, 이 산인지 저 산인지가 아니라, 무너지는 세상 속에서도 한 사람을 붙드신 약속과, 폭우 뒤에 걸린 무지개의 언약이다. 산속의 배가 진짜인지 아닌지, 그 답은 언젠가 시추기의 끝에서 나올지 모른다. 

 

그러나 정작 우리 영혼이 찾아 헤매는 것은 잃어버린 배 한 척이 아니라, 그 배가 가리키는 '건너편의 안식'이 아니던가. 폭풍 한가운데 선 오늘의 우리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붙들고 그 물 위를 건너고 있는가.

작성 2026.06.10 00:44 수정 2026.06.10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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