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눈물, 벨렝의 침묵: 제30차 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30)

-작별하지 못한 연인, 화석 연료.

-누군가의 풍요가 다른 누군가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독히도 불공평한 이 시대의 자화상이다.

-화석연료에 중독된 문명에서 벗어나 진정한 청지기의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침몰할 것인가.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지구의 허파, 아마존의 관문인 브라질 벨렝(Belém)에서 열린 제30차 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30)가 한국 시각으로 지난 11월 23일 오전, 막을 내렸다. 

 

COP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nference of the Parties)의 약자이다. 이는 1992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체결된 유엔기후변화협약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매년 개최되는 국제회의이다. COP의 목적은 전 세계 국가들이 모여 지구 온난화 및 기후변화를 늦추려는 방안과 대응책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COP 참가국은 협약에 서명한 190개 이상의 국가(당사국) 정부 관계자, 전문가, 시민 단체 등이 참여한다. COP의 역사를 보면, 첫 번째 COP 회의는 1995년 베를린에서 열렸으며, 매년 개최 횟수에 따라 COP28, COP29 등으로 불린다. 주요 성과를 보면, 역사적으로 중요한 결정들이 이 회의를 통해 이루어졌는데, 대표적인 것이 교토 의정서와 파리 협정(COP21)이다. 즉, COP는 기후 위기에 대한 전 지구적 대응을 위한 최고 의사결정 회의라고 할 수 있다. 

 

작별하지 못한 연인, 화석연료

 

이번 총회의 가장 큰 기대는 화석연료와의 '완전한 작별(Phase-out)'이었다. 숲이 타들어 가고 빙하가 녹아내리는 이 절박한 시점에, 우리는 더 이상 기름 묻은 손을 씻어내야만 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퇴출'이라는 명확한 단어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저탄소 발전이 미래의 흐름"이라는 모호하고 힘 빠진 문구가 채웠다. 이는 마치 폐암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담배를 끊으라고 하는 대신, "담배를 줄이는 것이 건강의 흐름"이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브라질조차 산유국이라는 딜레마를 넘지 못했고, 자본의 논리는 생명의 절규보다 컸다. 2023년 두바이 총회(COP28)보다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현실 앞에 우리는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청구서만 쌓여가는 기후 정의

 

돈의 문제는 더욱 뼈아프다. 기후 위기의 주범인 선진국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은 가난한 나라들을 위해 지갑을 여는 일은 이번에도 미뤄졌다. 분석가들은 연간 1조 3천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외쳤지만, 회의장은 침묵했다. 홍수에 떠내려간 집과 가뭄에 갈라진 논밭을 복구하기 위한 '적응 기금'을 3배로 늘리자는 제안조차 "노력하자"라는 공허한 약속으로 남았다. 이것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의 풍요가 다른 누군가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독히도 불공평한 이 시대의 자화상이다.

 

솔로몬의 지혜, 튀르키예와 호주의 동행

 

그나마 잿더미 속에서 발견한 작은 불씨는 차기 개최지 결정이었다. 유라시아의 튀르키예와 남태평양의 호주가 맞붙은 끝에, "개최국은 튀르키예, 의장국은 호주"라는 '공동 해결 모델'을 도출해 냈다. 기후 외교 역사상 처음 있는 이 일은,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국가들이 파국 대신 공존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솔로몬의 지혜'라 불릴 만하다. 비록 합의문은 흐릿했지만, 다음을 기약할 무대는 마련된 셈이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11월 23일 오전에 폐막한 이번 총회는 그 장소가 주는 상징성만으로도 시작 전부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회의였다.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의 관문 도시에서 열렸다는 점은, 인류가 더 이상 자연과의 공존을 미룰 수 없다는 무언의, 그러나 강력한 압박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COP30은 화려한 도시의 빌딩 숲이 아닌, 실제 숲의 가장자리에서 열렸다. 브라질 룰라 대통령은 "아마존을 보호하는 것이 곧 지구를 구하는 것"이라며 야심 차게 회의를 주도했다. 회의장 안팎에서는 원주민들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울려 퍼졌고, 기후 위기가 단순한 데이터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임이 피부로 느껴지는 현장이었다.

 

가장 뜨거웠던 쟁점: "화석연료와의 작별"은 가능한가?

 

가장 큰 기대이자 동시에 가장 큰 실망을 안겨준 부분이다. 이번 회의의 핵심 목표는 화석연료 사용의 '완전한 중단(Phase-out)'을 명문화하는 것이었다. 벨렝이 아마존 인근이라는 점 때문에 브라질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결과는 타협이었다. 산유국들과 개발도상국들의 반발, 그리고 주최국인 브라질조차 산유국이라는 딜레마 속에서, 최종 합의문에는 "화석연료 퇴출"이라는 강력한 단어 대신 "저탄소 발전이 미래의 흐름"이라는 다소 힘 빠진, 완곡한 표현만이 남았다. 2023년 두바이(COP28)에서 합의했던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돈의 문제: 기후 재원(Climate Finance)의 난항

 

기후변화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가난한 나라들을 돕기 위한 '돈' 문제는 이번에도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분석가들은 연간 1조 3천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지만, 선진국들은 지갑을 여는 데 인색했다. 피해 복구와 적응을 위한 예산을 3배로 늘리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구속력 있는 합의보다는 "노력하자"라는 수준의 선언에 그쳐 다음 회의로 숙제를 넘기게 되었다.

 

이번 회의의 내용은 지지부진했으나, 차기 개최지 결정 과정에서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공동 해결 모델: 튀르키예와 호주가 치열하게 경쟁한 끝에, "개최는 튀르키예가, 협상 의장은 호주가" 맡는 '공유 역량 모델'이 탄생했다. 이는 기후 외교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갈등을 봉합하고 실리를 챙긴 솔로몬의 지혜로 평가받는다. 튀르키예는 지정학적 중심성과 균형 잡힌 에너지 구조, 높은 재생에너지 비중, 포용적 기후 외교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이로써 튀르키예는 위기 해결과 합의를 끌어내는 실용적 외교 행위자로 부상하며, 2026년 안탈리아에서 열릴 COP31에서 국제적 책임과 주목을 함께 얻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를 아직 개최한 적이 없다. 현재 전라남도와 경상남도는 2028년에 개최될 예정인 COP33의 공동 유치를 추진 중이다. 만약 유치가 성사된다면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COP가 될 것이다. 

 

이번 브라질 벨렝의 회의장은 철거되겠지만, 아마존의 울음소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화려한 수사가 아닌, 불편함을 감수하는 실제적인 변화를 원한다. 자연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우리가 머뭇거리는 사이에도 숲은 숨을 헐떡이고 있다. 이제 공은 다시 우리에게 넘어왔다. 화석연료에 중독된 문명에서 벗어나 진정한 청지기의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침몰할 것인가.

 

작성 2025.11.25 00:03 수정 2025.11.2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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