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정유순] 문학과 정치

▲ 정유순/ 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니스트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정치는 공기와 같다. 숨을 쉬지 않고 살 수 없듯, 인간이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는 한 정치와 무관하게 살 수는 없다. 때로는 의식하지 못해도 우리의 일상은 크고 작은 정치적 선택과 결정 속에서 움직인다. 그래서 문학이 정치와 무관하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2년 여름, 한국문인협회 주관으로 열린 제51회 한국문학심포지엄의 주제는 문학과 정치였다. 당시 정종명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좋은 작품이 곧 병든 사회에 경고하는 수술의 칼이라고 말했다. 그 말은 내 가슴속 깊이 잠자고 있던 문학의 소명의식(召命意識)을 일깨우는 자명종처럼 울려 퍼졌다. 문학이 단지 아름다움과 감성의 세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병을 짚고 치유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새삼 각인시켜 주었다.


문학과 정치의 관계는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제정일치(祭政一致) 사회에서는 정치권력이 신에 대한 제사와 함께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 제문(祭文)과 음악이 만들어졌다. 문학과 예술은 권력의 도구이자 통치의 수단이었다. 그러나 근대로 접어들며 사회 구조가 다원화되고, 문학은 정치권력의 직접적 범주에서 벗어나 독립적 기반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문학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하나는 현실 정치와 사회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는 참여문학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적 가치와 거리를 두며 예술적 순수성을 추구하는 순수문학이다.


하지만 참여와 비참여라는 구분이 문학을 정치와 완전히 갈라놓는 것은 아니다. 순수문학(純粹文學)조차도 당대의 정치·사회적 상황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으며, 참여문학(參與文學) 또한 예술적 성취 없이는 시대의 울림을 남기기 어렵다. 결국 문학은 정치의 그림자 속에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 온 것이다.


한편, 정치와 거리를 두려는 태도가 언제나 무관심을 뜻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권력을 쥔 자들의 부정과 탐욕, 권모술수에 대한 염증 때문에 등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에서 모임 자리에서 정치 이야기를 삼가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적 성향이 다르면 금세 언성이 높아지고, 끝내는 인간관계까지 훼손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가치관을 존중하기 위해 정치와 종교 이야기를 피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정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치는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마치 공기처럼 존재한다. 공기가 맑으면 삶이 건강해지지만, 오염(汚染)되면 우리는 나쁜 공기를 마실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정치가 올바르면 사회가 건강해지지만, 정치가 흐려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그래서 정치와 무관한 문학은 존재할 수 없다. 문학은 정치의 병폐를 지적하고, 시대의 양심을 드러내며, 때로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역할을 맡는다.


조선 건국의 기초를 마련한 정도전은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간 사회는 물욕 때문에 다툼이 생기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적 권위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일은 농사를 지으며 병행할 수 없으므로 별도의 통치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백성은 세금을 내어 통치자를 부양하는 것이며, 통치자는 그 세금으로 살아가는 만큼 반드시 백성에게 보답해야 한다.”


이 말은 정치의 본령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보여 준다. 정치란 권력을 쥐고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에 보답하고 책임지는 일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정치 현실은 어떠한가.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민의 삶보다 당리당략을 우선하는 정치 풍토가 만연하지는 않은가. 정치가 오염되면 공기가 탁해지듯, 국민의 일상도 답답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시대일수록 문학의 역할은 더 중요하다. 문학은 권력의 거짓을 드러내고,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상상력의 불씨를 제공한다. 문학이 침묵할 때 사회는 더욱 병들고, 문학이 발언할 때 사회는 변화를 향한 동력을 얻는다.


정치가 공기라면, 문학은 그 공기를 맑히는 바람이어야 한다. 문학은 단순한 미적 표현을 넘어, 사회와 역사를 비추는 거울이며, 때로는 어둠 속을 밝히는 등불이다. 오늘날 우리가 다시 문학과 정치의 관계를 성찰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수원화성 용연과 방화수류정 (필자 정유순 제공) ⓒ한국공공정책신문



瓦也 정유순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중앙대학교 행정대학원 졸업

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니스트

저서 <정유순의 세상걷기>, 

    <강 따라 물 따라>(신간) 등


 

 

작성 2025.08.27 18:16 수정 2025.08.2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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